영국 브로드밴드 소매 시장에서

영국 브로드밴드 소매 시장에서
BT의 시장점유율 하락 원인

차성민*

한때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던 BT가 최근 영국 브로드밴드 소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감소되는 추세를 맞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요금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로 제시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영국 브로드밴드 시장의 최근 동향을 살펴본 후, 그러한 시장 상황에서 BT의 시장점유율 하락 원인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진단해 보았다. ▧

I. 서 론

1. 문제의 제기

영국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Ofcom의 보고에 따르면, 2003년 말 영국 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 회선은 총 3,196,000회선이고, 이 중 케이블 모뎀이 1,360,000 회선, DSL이 1,820,000회선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 하반기에 DSL이 케이블 모뎀을 추월한 이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1].

그런데 최근 영국 통신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BT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급격한 시장점유율의 하락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2]. 2년 전인 2002년에 58%이던 점유율이 지난 6월에는 42%로 떨어진 것이다. 신규가입률 또한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 3분기 BT의 신규가입률은 전체 신규가입자의 50% 정도였으나, 2004년 초에는 30%에 불과하다. 이러한 원인에 관해 통신 전문가들과 OVUM, Gartner, Enders Analysis 등과 같은 컨설팅 회사들은 BT가 경쟁사들과의 요금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BT 또한 지난 7월 1일부터 초고속 인터넷 상품의 요금을 경쟁사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하여 판매하고 있어서,1) 이러한 주장이 원인이었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본 고에서는 영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BT의 급격한 시장점유율 변화 요인과 그것이 시사하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개념

초고속 인터넷(High Speed Internet Access)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나, OECD의 자료에 의하면 현 시점에서는 일반적으로 256kbps의 속도에서 시작하는 ADSL이나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2)

ADSL은3) 기존에 구축된 최대 망 인프라인 구리선 설비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입자 수에 관계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 서비스 거리가 길어짐에 따라 전송 속도가 저하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케이블 모뎀은 케이블 TV망을 이용하여, 광케이블 다음으로 높은 대역폭을 가지며, 전송 거리의 확장이 가능하여 거리에 따른 전송 속도 및 품질의 영향이 없는데 반해, 다수의 가입자가 동시에 접속을 할 경우 전송 속도가 저하되며 주변 사용자 수의 변동 및 주변 환경(전파, 충격 등)에 따른 서비스 품질의 변화가 심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II. 영국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태동과 발전

1. 시장 상황

BT의 시장점유율 하락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영국 인터넷 시장의 발전 과정과 그 속에서 BT의 지위와 역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통신 시장을 개방한 국가군에 속한다. 개방 이후 미국과 유럽 통신사업자들의 진출이 본격화되었지만, 개방 이전 영국내 독점 사업자였던 BT가 여러 통신 사업 분야에서 여전히 시장을 주도해 왔다.

영국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기존 가입자망을 보유한 BT가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기술 시험을 거친 후 2000년 4월에 ADSL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 BT는 Demon, Freeserve 등 ISP를 대상으로 도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회사를 통해 소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이들 ISP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2001년 영국에서는 총 195개 사업자가 BT의 ADSL 서비스를 이용해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BT의 기술적인 ADSL 커버리지는 2001년 10월 말 현재 60%(총 1,000개 교환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 수는 2001년 10월 말 현재 10만 명으로 2001년 5월의 54,000 명에 비해 5개월 사이에 1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중 50%의 가입자를 BT의 자회사인 BT Openworld가 점유하고 있었다. BT 이외에 Kingston Communication도 2001년 10월 4일부터 도매 서비스인 RapidTime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자사 ISP인 Karoo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한편 영국내 케이블 모뎀 서비스 이용자는 2001년 7월 현재 Telewest 38,000명, NTL 52,000명으로 ADSL 서비스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준에 있으나 Telewest의 경우에는 2001년 3월부터 7월 사이에 가입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하는 신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초기의 영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2000년부터 실질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했으며, 가입자망 소유자인 BT와 케이블 사업자인 NTL과 Telewest, 그리고 다수의 ISP들이 경쟁을 하고 있었다.

2. 규제 정책

ADSL 서비스의 최근 가입자 증가는 초고속 서비스 활성화 및 경쟁 촉진을 위한 규제 제도의 시행과도 관련이 있다. Oftel은 지난 1999년 11월 ADSL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가입자망에 대한 망 세분화(LLU) 제도 도입을 결정하였고, 이를 2001년 8월 8일부터 사업자간 경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였다.

2002년 4월 BT는 ISP들에게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 접속료를 인하했다. BT가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당시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초고속 인터넷 산업의 전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는 당시 유럽내 인터넷 보급률이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던 영국에 인터넷을 보급시킴과 동시에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4) BT는 접속료를 40% 인하한 월 40파운드로 책정했으며, 이와 같은 접속료 인하에 따라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요금도 당초의 40파운드에서 30% 이상 인하한 가격인 25~30파운드로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활성화되는 동시에 인터넷 보급이 부진했던 영국에 초고속 인터넷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BT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입자망을 사용하는 엄청난 수의 위협적인 경쟁자들을 갑자기 맞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III. 영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 현황

1. 2001~2002년 시장 상황

케이블 모뎀 사업자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제1위 사업자인 NTL은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었던 반면, Telewest는 소매 시장에서의 2위 사업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BT openworld는 전체 브로드밴드 시장(케이블 모뎀과 DSL을 합친 시장)에서 점유율이 18%에서 21%로 증가했다.

BT openworld의 ADSL 회선수 보유 정도는 꾸준히 증가하여 2002년 8월 현재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나머지 DSL 회선은 도매 시장에서 Freeserve, AOL, Pipex 등의 ISP들이나 Hull 지역의 Kingston Communications, BT Ignite 및 Easynet 등에 망 세분화(LLU) 하였다.

2. 2003~2004년 상반기 시장 상황

가. DSL사업자와 케이블 사업자

영국의 인터넷 시장은 2003년이 되면서 광대역(케이블 모뎀+DSL)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NTL은 2003년 2분기 16%의 성장을 하여 103,3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Telewest는 2003년 2분기 21%의 성장을 하여 30,115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BT와 다른 ADSL 사업자들은 같은 시기에 32%라는 급성장을 기록하면서 257,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였다. 이 시기 영국 가정 및 기업에서 케이블 모뎀 이용률은 약 43%로 나타났으며, ADSL 이용률은 약 67%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케이블 사업자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 모두 가입자가 증가했다. 그 이유는 영국내 브로드밴드 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케이블 사업자들이 TV, 전화, 초고속 인터넷 상품을 결합하여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도 증가 요인의 하나로 들 수 있다.

나. BT와 ISP

BT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은 도매 시장에서는 케이블에 대항하여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소매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소매 시장에서 BT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9월 이후 매분기마다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며, 신규가입률 또한 계속 하락세이다. 2002년 3분기 신규가입률은 전체 신규가입자의 50% 정도였으나, 2004년 초에는 30%에 불과하다.

2004년 6월 BT의 시장점유율은 42%이며, AOL은 13%, Tiscali 10%, Freeserve의 후신인 Wanadoo가 8% 그리고 Pipex가 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3. 2004년 하반기 이후 시장 상황 예상

Ofcom은 향후 통신 규제를 위한 검토를 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체계에서 약간은 변경될 것이며 구체적인 안은 올해 말에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BT는 자신의 망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쟁사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계약 조건을 발표했다[3].

- 6월 1일부터 가입자망 이용대가를 현재의 35%까지 인하하기로 함

- 6개월 이내에 보다 간단한 상호접속 방안을 실시하고 접속료를 25% 이상 인하하기로 함

- 2004년 말까지 요금을 현재 수준의 70% 이하로 인하함

- 일괄 제공 방식에 의한 가입자선로 제공 요금도 평균 15% 인하하기로 함

이처럼 도매 시장에서 요금이 인하되는 경우, 소매 시장에서 최종 고객을 상대로 한 경쟁사간 요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Ofcom은 또한 가입자선로 공동 활용, 주파수 규제 및 보편적 서비스 의무 이행 실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겠다고 밝혀 BT를 둘러싼 규제 환경은 앞으로 한동안은 밝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JPMorgan도 보고서를 통해 영국 브로드밴드 시장의 여러 지표를 고려해 볼 때, 2004년 4/4분기에는 BT 초고속 인터넷 소매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이 28.6% 이하로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BT가 새로운 초고속 인터넷 상품 요금 체계를 발표하기 전에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BT는 시장점유율의 급속한 하락이 이어지자 지난 6월 30일에 기존의 상품 요금에서 대폭 인하된 새로운 요금 체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매출의 하락세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BT는 2009년까지 통신체계를 모두 IP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공개했다. 이로 인한 고용 감소로 인해 비용이 연간 약 10억 파운드(약 18억 달러)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BT는 밝혔다. 21CN(21st Century Network Project)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ATM과 PSTN 방식의 네트워크 시대를 마감하고 음성과 데이터의 동시 전송이 가능한 MSAN(Multi service Access Nodes) 방식의 네트워크 시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BT의 노력은 결국 가입자를 확보하여 매출을 늘리려는 방안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BT 판매부 담당자는 “21CN은 네트워크의 중복 문제를 해결하여 더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앞으로 소비자들이 바라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새로운 IP 플랫폼 기반 위에서 사용자들은 모바일 서비스, 비디오 데이터 및 음성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통신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입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BT는 내다보고 있다.

IV. 시장점유율 감소 원인 분석과 BT의 대응

1. 기술적 요인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BT의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는 기술적 요인, 규제적 요인, 경영적 요인 및 시장 환경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술적 요인으로 다른 경쟁 또는 대체 기술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DSL사업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TNL과 Telewest와 같은 케이블 사업자가 케이블을 통해 TV, 전화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하여 상대적으로 염가에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DSL 사업자들, 특히 제1위 사업자인 BT의 시장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2. 규제적 요인

규제적 요인으로는 EU규제당국과 Ofcom의 BT에 대한 규제가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EU 차원에서의 규제를 살펴보면, EU 경쟁위원회는 유럽 초고속 시장에서 요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LLU 시행 과정에서 FT, DT 및 BT와 같은 기존사업자들이 가입자망 임대 가격을 더욱 낮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사업자들이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기존사업자들은 신규사업자들의 희생을 통해 계속하여 초고속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탄원을 함에 따라 EU위원회는 DT와 FT에 대해 이미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Mario Monti EU경쟁위원은 “많은 통신회사들이 재정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시장을 더욱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므로, 2000년부터 시행된 기존사업자들에 대한 LLU 의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기존사업자들에 대한 LLU 규정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통신법도 기존 사업자들의 네트워크를 저가로 개방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이미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2002년 4월에 BT는 접속료를 40% 인하하였고, 2003년 4월에도 또 한차례 인하한 바 있다. 또한 2004년 7월 현재 Ofcom이 BT의 네트워크를 다른 사업자들에게 개방하라는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LLU)를 제안함에 따라 현재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 BT와 NTL 등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피터 블랙이 사업자간 중재 역할을 하기로 했으며, Ofcom은 독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와 영국 규제당국이 LLU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도매 시장에서의 요금은 낮아지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사업자들은 소매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상대로 더욱 다양한 요금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도매 시장에서 네트워크 임대를 하고 있는 BT의 지위가 소매 시장에서도 크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도 영국에서는 보편적 서비스의 일환으로 최소한의 데이터 처리속도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ISP들은 이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반면 보편적 서비스 제공사업자인 BT와 Kingston은 이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5) 이에 따라 BT는 데이터 최소 속도가 28.8kbps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의무는 BT의 시장점유율 하락과는 크게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 경영적 요인

경영적 요인으로서, BT의 요금전략이나 고객관리 전략 등 타사업자와의 경쟁 전략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과거 BT는 도매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들에게 망을 임대하고 많은 수익을 얻어 왔다. 이로 인해 소매 시장에서의 근소한 시장점유율 하락에는 크게 염려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매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들보다 비싼 요금을 계속 유지했었다. 그 결과 2년만에 소매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이 16%나 하락하게 되었다. 게다가 LLU의 강제적 시행으로 도매 시장에서의 수익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들이 초기에는 BT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BT 초고속 인터넷 고객이 된 경우가 많았으나 요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BT의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더 이상 크게 작용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는 저렴한 요금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BT 경영진은 이에 대해 신속한 분석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BT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밖에, 과거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BT였지만, 시장이 개방되고 신규사업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BT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나타나는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하락의 속도와 정도가 문제인데, 이미 살펴본 기술적, 규제적 및 경영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4. 영국 언론과 컨설팅 그룹의 진단 및 BT의 대응

BBC와 OVUM, Enders Analysis, The Resister 등은 가장 직접적인 BT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점유율 감소 이유를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AOL, Tiscali 및 Wanadoo와 같은 경쟁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BT의 초고속 인터넷 상품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현재 소비자들은 15.99 파운드/월의 Tiscali Broadband×3(150kbps)나 17.99파운드/월의 Wanadoo Broadband 512k에 주로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BT Broadband Basic은 이른바 부분정액제 상품이다[5]. 기본료 19.99파운드에 기본 사용량 1GB이며, 1~3GB까지는 4파운드의 추가요금을 내야하며, 4~6GB까지는 8파운드, 6GB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12파운드의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BT가 이러한 종량제 상품을 내놓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다이얼업 서비스와 같은 저속/저가 서비스 이용자들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로 전환하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장기적으로 전체 상품을 종량제 요금 구조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케이블 사업자인 NTL은 17.99파운드/월, Telewest는 12.9917.99파운드/월(256k)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TV나 전화 서비스와 결합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한편 BT는 상대적으로 높은 자사의 요금 체계가 기존 고객 이탈 및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보고 새로운 요금 체계를 책정하여 적극적 홍보 활동에 들어갔다. BT는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7월 1일부터 최고 25%까지 인하(단, 기본 상품은 제외)하여 판매하고 있다.

V. 시사점

첫째, 영국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의 BT 사례가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요금 전략이 실제 시장점유율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KT를 포함한 사업자들은 사실상 경쟁사들의 요금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영국 시장의 상황과 차이가 있어 시사점을 도출하는 의미가 적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영국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기존 사업자의 망 개방과 대가 인하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규제당국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입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입자선로의공동활용기준(정통부 고시 제2003-48호, 2003년 11월 11일 개정)을 통해 관련 이슈들을 정리하였다. 더욱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확대 추세에 있는 영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 시장이 현재 포화 상태에 있으므로 신규사업자에 의한 LLU 요구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BT는 올해 3월에 이른바 부분정액제 상품인 BT Broadband Basic을 19.99파운드(512kbps)에 출시했다. 이는 경쟁사의 Tiscali 150(15.99파운드/150kbps), Tiscali 256(19.99파운드/256kbps), NTL 150(17.99파운드/150kbps) 및 NTL 600(24.99파운드/600kbps)보다 저렴하다. 또한 사용량과는 무관하게 매월 일정한 요금을 부담하는 정액제 상품과는 달리 이 상품은 기본 사용량(다운로드 기준)으로 1GB가6) 주어지며, 이를 초과한 경우 추가요금을 부담하면 된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요금 종량제를 추진하는 가운데에 있는 국내 상황에서, BT Broadband Basic 상품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는 동시에 종량제 상품과 기존의 정액제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통방융합시대에 있어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 방송케이블 사업자는 동일한 관련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음을 인식하는 동시에, 정부의 제도 개선 작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망융합 현상이 발생하면서 ADSL망을 통한 일반TV 방송 시청이 가능해지는 반면, 케이블 TV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도 가능해졌다. 다수의 SO들은 케이블 TV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디지털 송출 및 시스템 장비를 하나의 센터에 공동 구축한 DMC(Digital Media Center)를 설립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케이블 TV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SO들은 이를 통해 디지털 영상 콘텐츠의 송출뿐만 아니라 VoIP, 초고속 인터넷, VOD 등의 각종 통방융합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는 케이블TV사업자들이 현재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7)

<참 고 문 헌>

[1] Ofcom, The Ofcom Internet and Broadband Update January 2004.

[2] BBC News 인터넷판 2004년 6월 30일자.

[3] Gartner, Moves by BT and Telecom Watchdog could Transform U.K. Market, 2004. 5. 19.

[4] JPMorgan Research Alert, BT Group, 2004. 6. 10.

[5] 박종현/권수천, 초고속 인터넷 부분정액제 도입 필요성 및 해외 사례 분석, 주간기술동향 통권 1157호, 2004. 8. 4.

[6] 박정석, 초고속 인터넷 요금제 개선 방향에 관한 고찰, Telecom Today, 2003.

[7] 고창열, 영국의 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 현황, 정보통신정책, 2004. 4. 16.

[8] 오기환, 영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 동향, 정보통신정책, 2001. 11. 16.

[9] Bear Stearns Equity Research, BT Group - Underperfprm, 2004. 6. 30.

[10] Bernstein Research Call, BT Group: ICT likely to add ￡400M to FY05 exferal revenue and should be sustainable - Market Perform, 2004. 6. 29.

[11] IDC Market Analysis, Western European Broadband Access Services Market Anlysis 2003-2008, 2004. 5.

[12] Merrilynch, European Telecoms Valuation Monotor, 2004. 6. 24.

[13] UBS Investment Research, European Telecoms, 2004. 6. 16.

1) BT Broadband Basic, BT Broadband, BT Yahoo! Broadband, BT Broadband 1Mb 및 BT Yahoo! Broadband 1Mb 등 5가지 상품 중에서 BT Broadband Basic을 제외한 모든 상품의 요금을 인하했다.

2) FCC는 가입자망(last mile access)에서의 속도가 200kbps 이상인 경우를 초고속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3)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은 xDSL의 한 형태로 고주파 대역을 데이터 전송 대역으로 설정하고 상향과 하향 대역폭을 다르게 분배함으로써 상ㆍ하향 전송 속도를 비대칭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4) 2002년 3월 현재 영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은 약 14만 회선에 머물러 보급률 약 1%에 불과했다. 이는 15개 EU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5) 2003년 7월 22일 발표된 Oftel의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 선정에서 BT와 Kingston이 선정되었다.

6) 약 200곡의 MP3를 다운받을 수 있는 용량이다.

7) 이미 설립되어 디지털 방송과 VOD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는 DMC(C&M, 큐릭스)도 있다.